
전북 전주에서
시간을 빚고 풍류를 마시다
전주는 흔히 '맛의 고장'이라 불립니다. 하지만 그 맛의 정점에는 언제나 술이 있었습니다. 비빔밥과 콩나물국밥이 전주의 '몸'이라면, 그 곁을 지켜온 전통주는 전주의 '혼'과 같습니다.

오늘은 전주한옥마을의 고즈넉한 풍경 속에서 시작해, 전주 전통주의 뿌리를 찾아 떠나는 여정을 기록해 보려 합니다.
전주전통술박물관
전통주의 역사와 기원을 찾아서.
: 전주전통술박물관
상시 많은 관람객으로 북적이는 전주한옥마을 골목 안쪽으로 접어들면, 단아한 한옥 건물 형태의 '전주전통술박물관'을 만날 수 있습니다.

박물관마저 한옥 건물인 것을 보니 이곳이 바로 ‘전주한옥마을’임을 깨닫습니다. 전주전통술박물관은 잊혀갔던 우리 술의 맥을 잇고, 집마다 술을 빚던 '가양주(家釀酒)' 문화를 복원하는 살아있는 공간이기도 합니다.

‘전통주’가 익숙지 않으신 분들은 아직 ‘가양주’라 무슨 의미인지 생소하실 겁니다. 후술하겠지만 우리가 만약 일제강점기를 겪지 않았더라면 ‘가양주’ 문화가 발달하여 K팝처럼 일찍부터 우리 전통술이 세계적으로 널리 뻗칠 수 있을 정도로 황금기를 누리고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만큼 가문 대대로 이어지며 내려와 조선시대 후기만 하더라도 다양한 술이 집안에 탄생하여 ‘전통주’ 문화의 꽃을 피운 것이 바로 가양주이기 때문입니다. 물론 역사에는 가정이 없지만 말입니다.

전주전통술박물관은 100여 년간 명맥을 잃어가던 전통주, 그중에서 가양주 문화를 되살리고자 전통 가양주 강좌와 연구사업 및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을 통해 가양주를 재현하고 제공하는 곳입니다.


내부는 평범한 한옥을 보는 듯하지만, 전주전통술박물관은 크게 주 전시실인 ‘양화당’과 교육 프로그램이 진행되는 ‘계영원’, 우리가 사진으로 보고 있는 ‘야외마당’으로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특히 ‘계영원’에서는 다양한 교육, 체험 프로그램을 제공하는데 모주 만들기 체험과 같은 전통주 프로그램을 제공합니다. 개인과 단체 프로그램으로 구분되어 있으니 체험예약 방법은 전주전통술박물관의 공식 누리집을 참고하시면 되겠습니다.
전통주의 역사
: 시련을 딛고 피어난 향기
박물관 내부에는 기획전시인 ‘오일주조장’의 이야기로부터 시작합니다. 이어지는 상설전시에는 1부 <술 빚는 날>에서 시작해 2부 <가양주의 역사>, 야외 전시로 <유상곡수연>을 다룹니다.

지난 1930년부터 시작해온 오일주조 이야기는 상설전시에서 다루는 가양주의 시련기와 맞물려 직접 피부로 와닿는 주조장의 이야기를 다룹니다.

오일주조장은 전주지역에 막걸리와 약주를 공급해왔지만, 지난 1970년대 군사정권의 반강제적 주조공사 통합정책으로 인하여 양조장 해체를 겪은 후 전통주 주조의 맥이 끊기는 시련을 겪어야만 했는데요.


더구나 전주 약주의 맥이 끊긴 것은 과거 식량난을 이유로 정부에서 약주의 원료인 쌀 사용을 금지한 것이 결정적이었습니다. 이후 2000년대 들어 주세법이 개정되자 왕년의 주조장이었던 송정석 선생이 맥이 끊긴 전주 약주를 되살리기 위해 30년 만에 팔을 걷어붙인 이야기도 전시를 통해 볼 수 있었습니다.

이어지는 상설전시에는 전통주의 주조 과정을 다룹니다. 쌀을 씻어 고두밥을 찌고, 쌀과 물, 누룩을 혼화하며, 항아리에 넣어 발효 및 숙성하는 과정에서부터 시작해


기존 술에 향을 더하기 위해 제철에 나는 꽃과 열매, 잎, 과일 껍질, 약재 등을 함께 넣어 몸에 좋은 술을 만들고자 노력한 조상들의 지혜를 엿볼 수 있는데요.

이어지는 전시에는 집에서 누룩을 빚기 시작하면서 우리나라 가양주의 역사는 시작되었습니다. ‘가양주(家釀酒)’란 집에서 쌀, 누룩, 물을 원료로 하여 직접 빚는 한국의 전통술을 의미하는데요.


가문과 지역에 따라 맛과 향이 다양하다 하여 가양주는 ‘천 가지 맛’을 지녔다고 알려집니다. 집안마다 술을 빚게 해주었기에 대대손손 내려오는 집안만의 노하우가 있었고, 손님이 집을 찾을 때면 정성스럽게 빚은 가양주를 선보이며 자랑하던 문화가 일상에 파고들어 우리만의 독특하고 고유한 가양주 문화가 발전하게 된 것입니다.
가양주, 명맥이 끊겨 버리다

조선시대에 꽃피운 가양주는 지난 1909년 주세법이 공포되면서 그 명맥이 끊기게 됩니다. 500여 년간 지속되어 발전해 온 가양주 문화는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게 되었고 해방 이후 군사정권 하에서도 정부가 쌀을 통해 술을 빚게 하지 못하게 하자, 가양주의 흔적은 완전히 사라지게 된 것입니다.


“ 밀주하는 날은 화를 당하는 날로 생각하시오 ”
지난해 완주의 ‘대한민국술테마박물관’을 방문할 때 가양주를 밀주로 간주하여, 술 만드는 걸 엄격히 단속하던 일제의 서슬 퍼런 감시가 배어 있는 문구를 떠올립니다. 일본의 사케와 중국의 백주가 세계인을 사랑을 받는 요즘, 우리 가양주가 일찍이 명맥을 이어왔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밀려 들어옵니다.

그러나 전주는 그 시련 속에서도 꿋꿋이 맥을 이어오고 있습니다. 1980년대 86아시안게임과 88올림픽이 전통주가 부활하게 되는 계기가 되었는데 이후 2000년대 막걸리 붐을 기점으로 우리 전통술이 도약하는 기점을 마련한 것입니다. 더구나 최근에는 MZ세대의 입맛과 취향을 고려한 다양한 전통술이 선보이고 있습니다.

이강주와 전주 모주는 전주를 대표하는 술입니다. 특히 모주는 술을 채주하고 남은 술지게미에 계피와 생강, 대추, 감초, 헛개, 칡, 쑥 등을 넣어 끓인 것으로 향이 매우 좋고 달콤하여 젊은 세대도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술입니다.

그냥 발길을 돌리기엔 아쉬워 전주 모주를 구입했습니다. 직원분께서 모주를 마시기 전에 꼭 흔들어 드시라며 병을 흔드는 모습을 보여주셨습니다. 가족과 저녁 식사를 할 때 모주를 올렸는데 향이 너무 좋다며 좋아하는 가족의 모습에서 내심 잘 산 구매라는 생각이 들었지요.

모주 외에도 이강주 등 다양한 전통술이 있으니 구경하기에도 좋고, 선물용으로 구입하기 딱 좋은 곳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전주 한옥마을 모주 아이스크림

전주한옥마을을 왔으니, 전통술과 관련된 체험을 해보겠습니다. 모주 만들기 체험이 전주 한옥마을에 있다는 것은 알겠는데 모주로 만든 이색 아이스크림이 있다고 하여 찾아간 곳이 있습니다.


바로 모주로 만든 아이스크림입니다. 쿠키 질감의 그릇 모양 콘 위에 부드러운 아이스크림, 그 위에 고소한 풍미를 더 하는 땅콩 가루가 올려져 있습니다. 숟가락으로 부드럽게 떠먹으니 모주에서 느껴지는 달콤한 계피 향이 진득하게 올라옵니다.
지난해 대만 여행을 했을 적에 스펀 마을에서 접한 땅콩 아이스크림 이후로 가장 맛있게 먹은 아이스크림으로 모주의 향긋한 풍미와 어우러지는 달콤한 식감을 모주 아이스크림을 통해 느껴보시길 바랍니다.
전주 곳곳에 있는 막걸리 골목

전주에는 모주와 이강주 외에도 ‘막걸리’가 유명합니다. 그래서 막걸리를 소재로 한 막걸리 골목과 막걸리 타운이 형성되어 있는데요. 서신동과 삼천동을 찾으시면 푸근한 저녁 한 상과 막걸리 한 잔이면 전주 여행의 끝을 마무리하기 좋습니다.

특히 삼천동 막걸리 골목은 골목 전체가 막걸리를 파는 식당으로 이루어져 있어 골목을 다니며 가게를 구경하는 즐거움이 있습니다.


유명 연예인이 왔다 간 막걸리집부터 시작해, 각자 저마다 개성 있는 막걸리집 간판이 전통주를 주제로 한 여행의 연장선상에 서 있는 기분이었습니다. 아직 해가 지기 전인데도 은은하게 퍼져오는 막걸리 냄새와 남도음식 메뉴판은 거리를 다니는 내내 식욕을 돋우는 촉매제가 되어 줍니다.
전주에서의 전통주 기행은 박물관에서 본 술의 역사와 거리에서 맛본 모주 아이스크림, 그리고 막걸리 골목에서의 막걸리 한 잔까지. 이 모든 것 안에는 좋은 재료를 고르고, 발효의 시간을 기다리며, 이웃과 나누고자 했던 우리 선조들의 정성이 깃들어 있습니다.
전주에 오신다면 꼭 전통주 한 잔의 여유를 즐겨보시길 바랍니다. 그 쌉싸름하고 달콤한 맛 속에 전주의 사계절과 사람들의 이야기가 고스란히 담겨 있을 테니까요.

출처 : 전라북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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